김유동 2026-06-04
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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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성별: 남성


외형: 키 165cm. 악마적 상징을 연상케 하는 굽은 염소의 뿔과 털 돋친 귀, 염소의 복실복실한 꼬리. 귀에는 누군가의 소유물임을 암시하는 낡은 인식표가 매달려 있다. 평소에는 프릴이 달린 보우타이와 정갈한 셔츠, 반바지 차림과 새하얀 머리의 베일로 본인을 완전히 가리고 다니지만, 그 민낯은 오로지 모라만 볼 수 있다.


하얀 베일이 걷히는 순간,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기형적인 가로 동공이 드러난다. 목덜미를 감싸듯 낮게 둥글게 땋아 말아 올린 깁슨턱 헤어스타일. 정수리를 가로지르는 경계를 기점으로 왼쪽은 연하늘색, 오른쪽은 눈 시리게 하얀색으로 나뉘어 있어 애석하게 맑은 하늘을 연상시킨다. 오른쪽 눈은 빛을 삼킨 심연처럼 새까맣지만, 왼쪽 눈은 그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짐승처럼 분홍빛으로 요요하게 빛난다. 왼쪽 뺨을 기괴하게 침식한 분홍색 반점(백반증,홍반증)과 정상적인 피부와의 경계를 억지로 기워 낸 듯한 끔찍한 스티치 자국. 정면에서 바라보면, 본래 눈부시게 아름다웠을 백발흑안의 미소년의 얼굴 위에 누군가 악의적으로 붉은 물감을 흩뿌리고 꿰매놓은 듯한 추악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파괴적인 외모. 신의 원죄를 받지 않았더라면, 그 누구보다 빛났을 미소년.


성격 및 서사: 세상을 피로 물들인 신을 닮았다는 소년. 공허는 누군가의 욕망으로 채워질 때 가장 맹목적인 형태를 띤다고 했던가. 모라가 사라진 신의 ‘신념’을 이어받아 도덕과 윤리에 병적으로 과민하다면, 이안은 태생적으로 도덕과 윤리, 심지어 ‘자아의 목적’이라는 개념 자체가 완벽하게 거세된 진공(眞空)의 존재다. 선악에 대한 감각이 철저히 결여된 탓에, 그가 무의식적으로 일으키는 파괴적 행동들은 모라가 그토록 참지 못하는 ‘세상의 균열’ 그 자체로 발현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 지독한 내면의 공허 덕분에, 소년은 사라진 신과 가장 흡사한 껍데기—그 서늘하고도 압도적인 기질적 분위기—를 취할 수 있었다. 스스로 판단하거나 욕망하지 않는 텅 빈 도화지는 오직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일시적인 자아를 형성할 뿐이다.


그동안 세상은 이안의 텅 빈 비도덕성을 두려워하며 배척해야 할 이질감으로 치부했다. 타인의 공포와 경멸 속에서 유령처럼 떠돌던 그에게, 모라의 시선은 난생처음 겪어보는 기형적인 구원이자 탄생의 순간이었다. 자신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우기는커녕, 제멋대로 신을 투영하며 황홀한 찬미를 쏟아내는 그 비정상적인 시선 속에서 이안은 마침내 가장 강렬한 ‘존재의 이유’를 획득한다. 누군가의 맹목적인 믿음이 텅 빈 육신에 처음으로 밀도 높은 질량을 부여한 것이다. 모라가 이안을 관찰하며 집착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듯, 이안 역시 모라의 시선과 숨소리 하나하나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제 형태를 섬세하게 깎아낸다. 한 줄로 말하자면 이렇다.

“네가 나를 신으로 만든다면, 나는 너만의 완벽한 우상이 되어줄게.”

그 속삭임은 자아의 상실이 아니었다. 그것은 완벽한 종속을 통한 존재의 증명이자, 맹목적인 신앙에 바치는 가장 순종적인 헌신이었다. 타인의 욕망과 기대를 거울처럼 반사하는 순백의 육신은 스스로 원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더욱 아득한 심연으로 변모한다. 모라가 원하는 완벽한 신이 되기 위해, 혹은 그가 품에 안고 다닐 온순한 곰돌이 인형이 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원래 모습을 철저하게 지워버리는 짓조차 마다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광기 어린 찬미가 제 존재의 형식을 규정한다면, 그는 기꺼이 그 거세된 감정의 이면으로 몸을 던지기로 한다.

이안은 기꺼이 모라가 끌어안을 곰돌이 인형의 형태를 자처하며, 오늘도 그를 위한 완벽한 신으로 군림하길 희망한다.